<나비>는 감각적이면서도 역사적이고, 성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영화이다. 그 안에서 레즈비언적인 욕망과 감수성은 ‘천안문 사태’를 정점으로 하는 중국의 억압적인 정치현실과 교차하고,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으로 이어지는 한 여성의 고투어린 성장담은 그녀를 둘러싼 가족적, 사회적, 역사적 현실과 끊임없는 길항관계에 놓여지기 때문이다.
 30살의 교사 플라비아는 남편과 어린 딸을 둔 가정주부이기도 하다. 어느 날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입에게 끌리게 되면서, 플라비아는 오랫동안 묻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게 된다. 고교 시절 이후 3년 동안 이어진 진과의 더없이 완벽한 정서적 결합과 동성애 성애는, 진과의 관계가 가족에게 노출되고 진이 정치운동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면서 갈등과 균열을 겪게 되고, 결국 진이 불교에 귀의하면서 플라비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플라비아가 지닌 이 모든 경험과 역사는 어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두 여제자, 그리고 입을 향해 커져가는 욕망을 통해서 반향되고 증폭되면서, 그녀를 가장 중대하면서도 조용한 결단의 순간으로 몰고간다.
 <나비>는 이처럼 내밀하면서도 격렬한 여성들의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풍부한 텍스츄어의 화면과 감각적인 음악, 현재와 과거 간의 불리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련된 플래쉬백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즈비언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감한 응시를 통해서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인상적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당신은 스스로의 욕망에 정직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