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생각해보자. 흑인, 에이즈, 내전, 인종차별, 식민지, 세렝게티 초원이 우선 생각난다. 그러나 다양한 ‘아프리카들’은 그런 몇 가지 단어와 이미지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쟁과 차별이라는 거대 담론 뒤에는 다양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있다. <레드 사틴>은 북부 아프리카의 아랍 문화와 여성이라는 또 다른 아프리카를 담고 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릴리아는 엄격한 엄마이자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밸리댄스를 배우는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게 된 후, 우연히 그 남자의 뒤를 밟던 릴리아는 그 남자가 드러머로 일하는 술집 안으로 뒤따라 들어간다. 화려한 밸리댄스와 남자들의 환호성 때문에 기절했던 릴리아는 댄서들의 도움으로 깨어나고, 그들의 옷을 만들어주며 친구가 된다. 거울 속에는, 처음 혼자 집에서 춤을 추던 릴리아의 모습에서, 몰래 댄서들의 옷을 입고 춤추는 모습, 그리고 어느새 환호하는 남자들 앞에서 혼자 취한 듯 춤을 추는 릴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혼자 지켜보던 릴리아는 이제 자신의 춤을 스스로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기게 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릴리아에게 딸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딸의 결혼식장, 릴리아는 딸과 사위 앞에서 늘 그렇듯이 또다시 자신을 위한 춤을 춘다.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