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판타 나크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감독은 십여 년 전 자신의 삼촌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끔찍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보나데족과 나약족은 십 년에 걸친 잔혹한 인종학살전쟁을 끝내고자 평화협정을 맺기로 한다. 하지만 잔인하게 살해된 어린 아들에 대한 기억으로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나약족의 대통령 부인인 에드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자신도 모르는 광기에 휩싸여 에드나의 아들을 살해했던 보나데족의 테오 대령은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싶어한다. 평화협정을 맺는 역사적인 밤, 양 부족의 전통요리를 나눠 먹으며 파티는 고조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또한 만만치 않다.
 셰익스피어식의 드라마를 통해 전쟁의 광기, 죄의식 그리고 우리들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악마를 관객들에게 맞닥뜨리게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연출의도는 한 편의 상황극과 같은 영화 속에 잘 살려져 있다. 이는 클로즈업이나 샷/반응샷을 피하고 갈등상황을 만들어내거나 상황을 정리해주고 복선과 암시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잘 드러난다. 한 인물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관객들이 전쟁과 폭력 그리고 희망의 씨앗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수작. (최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