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사형감인 나라, 이란. 그곳에서 파리바는 동성애를 이유로 사형을 언도받는다. 파리바의 애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벌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파리바는 독일로의 망명을 선택한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그녀의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궁지에 몰린 파리바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이란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느냐, 아니면 독일 망명을 허락받았으나 곧 숨진 시아막으로 위장하느냐. 그녀는 과감히 머리를 자르고 시아막의 두꺼운 안경을 쓴다. 그러나 여자인 파리바가 남자인 시아막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를 사랑하는 안느의 등장은 파리바를 더 깊은 혼란으로 이끌어간다. 파리바가 아닌 시아막을 사랑하는 안느. 그녀에게 끌리는 파리바/시아막. <그녀의 비밀>은 억압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종교가 허락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부조리함과 함께 파리바/시아막과 안느의 관계 안에서 뛰어나게 표현되고 있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