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개월>의 감독 타다노 미아코는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에 출연한 배우로서 한국에 먼저 소개되었다. 1973년생인 그는 고도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경험했던 전공투 다음 세대로서 일본 사회에 대해 한 가지 화두를 가지게 된다. 경제적 풍요와 안락만을 추구하면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재빠르게 선택해온 산업화가 지금 그들의 정신세계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일본 사회가 경제적 부만을 추구하면서 중요한 것을 잃어온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은 몸만 커졌을 뿐 정신은 아직도 유아기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감독은 그의 장편 데뷔작인 <임신 36개월>에서 ‘부모 됨’이란 은유를 활용하여 이 화두에 접근해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부모가 된다는 것’으로 연결한 그의 은유법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그가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한 편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