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10대에 아릿한 첫사랑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늘 부지불식간에 예기치 못한 장소와 시간으로 찾아들고 청춘들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로 맞아들인다. <8월 이야기>에는 그러한 찬란한 순간에 놓이게 되는 아름다운 2명의 소녀와 1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불쑥 커진 몸 때문에 새로운 교복을 마련해야 하지만 홀아버지와 가난하게 살고 있는 유키 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몹시도 무더운 날 삼촌의 양복점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상한 또래 청년 핑온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8월이 지나면 같은 학급이 될 발랄한 소녀 와이퐁과도 친해지게 된다. 유키는 핑온을 사랑하게 되지만 핑온은 와이퐁에게 관심을 갖고 와이퐁은 핑온을 좋아한다.
 얀얀 막 감독은 이렇게 엇갈리는 세 명의 첫사랑을 사건들의 고리로 꽉 짜여진 이야기로 전달하지 않는다. 또한 섬세하게 고려된 프레임에는 여백이 많다. 그 성긴 이야기와 화면을 채워 넣는 것은 서로를 조심스레 응시하는 애틋한 시선과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이다. 특히 조금씩 영화적 현재 시간을 거슬러가거나 앞서가면서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하는 편집은 인물들의 표면 아래 감추어져 있는 응고된 사랑의 감정을 함축적이고도 미묘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