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은 아이의 출산과 양육에 요구되는 모성과 동시적으로 출현하는 극심한 우울증, 그리고 가난에 의해 촉발된 극도의 불안이라는 심리를 양축에 놓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여자 연과 남자 정원이 보아야만 하는 세계를 다룬다. 무엇보다도 유아살해라는 극한의 문제를
 신중하고 다면적으로 처리해 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아파트, 지하철을 비롯한 도시적 공간들은 미로인 듯도 하고 폐허인 듯도 하다. 서로 관계 되어 있으면서 철저히 고립된 주거 공간들과 그 사이를 잇거나 끊어 내는 길들을 한 쇼트 안에서 그리고 컷과 컷의 연결 속에서 노련하게 재현하
 고 있다. 그 냉담한 공간에서 무방비 상태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리는 연의 모습은 이루 형용 못할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정확하고 섬뜩하게 잡아낸 일상의 장면들, 아파트의 외부에서 실내를 들여다보는 시점 시퀀스, 빗물처럼 떨어지는 사람들의 칼라 처리 등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4인용 식탁>은 도시 공간의 정치학이라는 면에서 영화 <캔디맨>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에서 타이페이라는 현대 도시 공간에서 평행적/비평행적으로 일어나는 미스테리와 살인, 범죄, 불륜 등을 연상하게 한다. 공포영화의 복잡한 미로를 꼼꼼하게 설계하는 이수연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