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류>는 역사적•사회적 이유로 또는 개인적 이유로 길을 나섰던 혹은 길을 나설 수 없었던, 그도 아니면 여전히 길 위에서 작은 움직임과 웅성거림을 만들어 내거나 머무르는 여성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는 지역과 문화의 경계에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만들며 살았고 또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남편을 따라 고성에 살게 되었고 언문제문에 능했던 감독의 할머니,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집 아줌마, 영화를 찍기 위해 구로에서 남해로 이동중인 이연정씨…… . 김소영 감독은 이들의 흔적과 동선, 그리고 소리를 쫓아가면서 이‘거류’야말로 여성들의 삶을 규정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고 질문한다. <거류>는 쓰여지지 않은 여성들의‘사소하고 미미한’움직임들의 흔적을 찾아 그것에 대한 역사를 쓰고자 하는 시도이며 동시에 여성적 시공간과 표현 양식에 대한 탐사이기도 하다. 거칠고 현란한 움직임 속에서 현실을 포착하려는 디지털 카메라의 충동과는 반대 방향에서, 주변부 친화적 매체로서의 디지털 카메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3회 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