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모던한 레즈비언 핀 제퍼리스 박사는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감추는 일이 없을 만큼 당당하고 행복하다. 그녀의 가족도 순전히 21세기형. 두 명의 엄마, 두 명의 전문직 종사자, 한 명의 아이가 있다. 그 무엇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그녀의 삶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랜 반려자 낸시의 죽음은 제퍼리스를 큰 충격에 빠트린다. 비탄에 젖어 몸부림치는 동안 제퍼리스와 그녀의 사랑하는 딸 젤리 빈의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프로그램 노트
 페미니즘의 성과와 내부의 차이 및 다양성을 꼼꼼히 탐사하는 다큐멘터리 <나의 페미니즘>과 양성애, SM, 레즈비언 페미니즘, 그리고 강제적 이성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즈비언 정체성과 이슈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레즈비언이라 감사합니다>로 유명한 캐나다 감독 도미니크 카르도나와 로리 콜버트는 <닥터 핀의 딸>에서 레즈비언 싱글 페어런팅의 이슈를 제기한다. 40대, 백인, 21세기 모던 레즈비언 부치이자 출산관련 전문의인 핀은 파트너 낸시의 죽음으로 인한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낸시와의 사이에 있던 딸 젤리와의 관계도 차츰 어그러지게 된다. 젤리의 생모가 아닌, 그러나 그녀가 탄생한 순간부터 그녀와 함께 해온 엄마로서 핀은 젤리와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생물학적 가족이 아닌, 관계와 욕망, 애정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가족으로서…. 영화 서사에서 중요한 다른 한 축은 생전에 낸시가 운영하던 낙태 클리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핀이 낸시의 낙태 클리닉을 떠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핀은 낙태반대론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레즈비언 커플의 출산과 양육, 그리고 대안적 가족 만들기 등 레즈비언 이슈를 낙태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 출산 관련 기술 정책 등 재생산과 여성의 몸을 둘러싼 페미니즘 이슈들과 교차시킨다. 소녀가 소녀를 만나는 로맨스가 아닌, 레즈비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복합적 이슈와 다층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장편 영화.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