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멜버른퀴어영화제
 2008 브레멘퀴어영화제 관객상 최우수영화상
 

 시놉시스
 멜은 히치하이킹을 하려던 14살 소녀 제니를 차에 태우게 된다. 제니는 보이쉬한 스타일의 멜을 포르투갈 남자로 오해하고, 멜은 이 우연한 만남이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동료인 포르투갈 출신 누노를 롤모델로 삼아 남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멜은 제니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들고 거짓말을 숨겨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프로그램 노트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독일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성장 영화. 22살인 멜은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오던 오빠가 갑작스럽게 약혼하자 혼란에 빠진다. 혼란스러워 하던 멜은 포르투갈에서 온 신참 동료인 누노에게 돈을 주고 남자친구 역할을 부탁한다. 그러던 중 멜은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하던 14살의 아름다운 소녀 제니를 만나고 제니는 멜을 남자로 착각한다. 호명된 정체성에서 친근감을 느낀 멜은 누노의 정체성을 훔쳐 자신을 포르투갈 파로에서 온 미구엘로 소개한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제니와 멜은 수줍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이 영화는 아직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멜과 제니의 성장영화다. 제니는 강해 보이지만 남자친구와 엄마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한편 중성적인 멜은 남성성과 여성성 중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를 원하는 사회에서 그 모두를 드러내기 위해 가장하고 연기한다. 멜은 가족들에게는 ‘여자’를, 제니에게는 ‘남자’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연기라기보다는 둘 다 멜이 갖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만 사회는 늘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멜은 애매모호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제니와의 사랑을 통해 멜은 자기가 지어낸 미구엘이라는 정체성이 결코 우연이나 거짓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동일시의 대상이었던 오빠나 누노처럼 미구엘 또한 자신이 좋아하고 선망하는 본인의 모습 중에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파로로의 여행은 멜,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 될 것이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