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최우수감독상
 

 시놉시스
 호평 받는 사진가 쉬린 네샤트의 첫 영화. 1953년,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으로 일어난 이란 쿠데타를 배경으로 네 여인의 운명이 한 아름다운 과수원에서 시작된다. 과수원에서 네 여인은 자립을 배우고 위안을 얻으며 동료애를 발견하게 된다. 감독인 쉬린 네샤트는 이 영화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1979년 일어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직접적으로 이끌었던 역사의 중심축을 예민한 시선과 화려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프로그램 노트
 세계적인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란계 미국인 쉬린 네샤트의 장편 데뷔작. 이 영화는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의 유명 여성작가 샤누쉬 파시프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02년부터 약 5년간 쉬린 네샤트는 파시프르 소설의 각 여성 캐릭터를 모티브로 하여 5개의 비디오 작품과 사진을 제작해 전시했고, 2009년 이를 기반으로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미국이 만들어낸 이란의 이미지에 도전한다. 1953년 미국 CIA의 배후 조종 하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이란의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민주적 정부였던 모사데그 정부는 군부세력과 왕권에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 이후 이 사건은 1979년의 이슬람 혁명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영화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이란의 역사에 깊이 개입한 미국을 응시하는 가운데, 쿠데타라는 격변의 시기에 놓인 네 여인의 삶과 선택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년 여인 파키는 의미없는 결혼생활을 끝내고 도시 외곽의 아름답고 신비한 과수원을 운영하기로 하고, 성매매 여성 자린은 황폐한 삶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파에제는 사랑하던 남자의 결혼에 실망하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 방황한다. 한편,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오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무니스는 정치적 의식을 가지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데모 행렬에 참여한다. 마술적 사실주의 풍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여자들만의 세상>은 시각적으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여성들이 모이는 과수원은 그녀들에게 오아시스이자 꿈의 공간이며, 망명의 장소이자, 여성들 간의 연대 속에서 상처를 보듬고 위안을 받는 공간이다. 그러나 쿠데타는 이 여성들이 만들어낸 마지막 쉼터를 빼앗는다. 쉬린 네샤트는 외부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 여성들의 선택과 자립을 통해 여성의 삶과 정치의 관계를 예민하게 그려낸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