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토론토국제영화제
 
 시놉시스
 11살 제피르는 터키 동부의 흑해 연안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집안일을 도우며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사는 하바의 소, 네르기스가 안개 속에서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 모두 숲을 뒤지며 찾아보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소와 교감하던 하바는 소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피르와 함께 언덕에 올라조용한 열망의 순간을 같이 하게 된다. 어느 날 엄마가 슬픈 소식을 가지고 찾아오고. 엄마가 떠나는 날, 제피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을 피해 집을 나와 엄마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프로그램 노트
 터키의 흑해산맥 속 한 산골 마을. 11살 제피르는 조부모님 댁에서 방학을 보내고 있다. 새롭고 신나는 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골의 지루한 일상은 늘 안개가 끼어있는 공기만큼이나 제피르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그녀의 희망은 어머니가 얼른 그녀를 데리러 오는 것. 이제나 나타날까, 저제나 나타날까, 제피르는 마을 어귀에서 어머니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던 어머니와 함께 그녀를 찾아온 것은 더 멀리, 더 오래 떠나있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이별 선고일 뿐이다. 이 작품의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는 전작 단편에서부터 ‘어머니에 대한 아이의 집착’ 그리고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탐구해 온 감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서풍(西風)의 신이자 질투의 화신인 제피로스 (Zephyros)로부터 주인공의 이름인‘제피르’를 따왔다고 설명한다. 가장 고요한 바람의 신인 제피로스가 열정적인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질투에 눈이 멀어 히아킨토스를 죽음으로 이끌었듯이, 영화는 잔잔한 터키의 시골 풍광으로부터 한 소녀의 어머니에 대한 강렬한 사랑과 질투의 결말을 충격적으로 그려낸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