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초반부, 얼굴이 없는 여자의 얼굴은 밥을 먹거나 TV 소리에 반응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화려한 외출>에서 여성의 신체는 하나의 고정된 유기체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욕망이 뒤얽혀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변용되는 유동체와도 같은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인물을 연필로 스케치하듯 그려 나가며 이러한 주제를 강화해 나간다. 하지만 영화가 이러한 신체의 변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신체를 변용하는 욕망이 여성 자신의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가 화장을 시작하며 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욕망이 침범하고 여성의 신체는 원초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뒤얽힌 각축장이 되고 만다. [박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