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더운 여름 날 정오 무렵, 아기가 아침 내내 거실에 떨어뜨린 밤과 옥수수 조각을 치우기 위해 걸레질을 하며 생각했습니다. ‘무릎 꿇고 하는 걸레질이 허리엔 좋을 거야.’ 걸레질을 마치고 소파에 누워 있는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 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름이 돋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졌습니다. 잠시 후 박남옥 상에 관한 프로그래머님의 소개글을 문자로 받았습니다. ‘여성의 현실, 여성의 시선, 여성의 욕망을 기억하고자 한다.’ 현실, 시선, 욕망.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여성의 현실, 시선, 욕망을 기억하며 작품 열심히 만들라는 지지와 응원이라 생각하고 이 상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람)

장편 데뷔작 〈피의 연대기〉에서부터 꾸준히 여성의 몸을 둘러싼 여성들의 이야기를 탐구해 온 김보람 감독은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통해 식이장애 증상을 마주하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여성의 몸에서부터 시작해 모녀관계, 여성 액티비스트였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성 생애사를 써 나간다는 점에서 전작의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 선정위원회는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올해 박남옥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아울러 올해 선정위원회는 여성 영화인들의 눈부신 작업을 마주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긴 논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든 여성 영화인들에게 큰 박수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